학부뉴스
조규진 교수, [한겨레] 부품 필요 없는 종이접기…로봇공학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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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접었다 펼치는 구조로 기계 대체
작고 가볍고 단순한 로봇 구현
상황 따라 크기 변하는 바퀴로봇
접히면서 튀어오르는 벼룩로봇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팔로봇
우산처럼 펼쳐지는 태양전지판
의료·우주 등에 다양한 활용
기존과 다른 로봇 상상 가능해져
국내 연구진 성과 발표 잇따라
종이접기 구조를 이용해 소금쟁이의 뛰어오르는 동작을 모방한 소금쟁이 로봇. 열이 가해질 때 몸체 아래의 형상기억합금 부품이 수축하면 버티던 몸체가 갑자기 안쪽으로 접히면서 물을 차고 뛰어오르는 동작이 구현된다. 서울대-하버드대 공동연구진 제공
지난 18일 찾아간 서울대 공대 301동의 ‘인간중심 소프트로봇 기술연구센터’에선 연구원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이리저리 접힌 종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대학원생인 연구원들 중 일부는 종이접기 원리를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로봇을 설계하고 만들고 있다. 그중 한 명인 이대영 박사후연구원은 자신을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얻으려는 로봇공학자’라고 소개했다. “맞아요. 장난감 개발하는 곳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어요. 하지만 볼트, 너트 없이 평면 한 장에 설계해 만드는,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장난감인 셈이죠.”
연구센터 입구의 한구석에선 손가락보다 작은 자벌레, 벼룩, 소금쟁이 모양의 로봇 모형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몸은 작아도 국제 학술지에 발표돼 주목받은 어엿한 작품들이다. 소금쟁이 로봇은 2015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바퀴가 변하는 변형바퀴 로봇. 종이접기의 접힘 패턴을 활용했다. 서울대 인간중심 소프트로봇 기술연구센터 제공
“접힘 구조가 로봇 부품 대체해 단순화”
변형 바퀴 로봇을 개발하는 과정에 만들어진 종이접기 습작들. 오철우 기자
종잇조각처럼 작고 허약해 보이는데다 동작도 다양하지 못한 종이접기 로봇이 공학 연구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이유는 뭘까? 연구센터를 이끄는 조규진 교수(기계공학)는 종이접기 로봇 연구가 “로봇의 ‘개념’을 바꿀 수 있는 연구”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로봇은 수많은 부품으로 조립된 복잡한 기계장치의 모습이다. “그런 로봇을 작게, 더 작게 만드는 데엔 한계가 있어요. 볼트, 너트, 이음매 같은 기계부품이 작아지면 마찰 문제는 커지죠. 그런데 종이접기 원리를 빌리면 한 장의 평면에서 접힘 구조를 이용하면 이런 기계장치 기능을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종이접기 로봇공학은 복잡한 기계장치를 어디까지 얼마나 단순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개념’ 연구인 셈이다.
크기가 변하는 바퀴는 그런 사례다. 턱을 만나면 바퀴가 커져 넘어가고 낮은 틈을 만나면 바퀴가 작아져 그 밑으로 들어간다. 애초엔 여러 구동기로 제어하는 방식으로 개발하고자 했다. 그런데 장치는 점점 복잡해졌다. 조 교수는 “처음엔 바퀴를 늘렸다 줄이는 데에 구동기 16개를 썼는데도 쉽지 않았는데 종이접기가 문제를 해결해주었다”고 말했다. 종이접기 원리로 접혔다 펴지는 바퀴는 구동기 1개만으로 그 기능을 충분히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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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진 교수는 “종이 재료를 쓰는 것도 아니고 전통적인 종이접기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로봇공학이 종이접기를 직접 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장 평면이 유연하다 강직해지고, 평면이다 입체가 되고, 줄어들고 펼쳐진다는 점은 작고 가볍고 간단한 기계장치를 만들려는 공학자에겐 좋은 영감을 준다”며 “평면에 인쇄하는 로봇(프린터블 로봇), 접어두다가 펼쳐서 쓰는 로봇처럼 기존 개념과 다르게 로봇을 상상하게 하는 새로운 ‘개념’을 찾는 것이 종이접기 로봇공학”이라고 말했다. 한편, 종이접기 문화유산의 발굴과 보급 활동을 펴는 종이문화재단의 이준서 사무처장은 “종이접기는 우리한테도 오랜 전통문화 유산”이라며 “고려말 조선초에 만들어진 일종의 보드게임 ‘승경도 놀이’의 널찍한 전개도가 양끝을 한번 잡아당기면 바로 활짝 펼쳐지도록 접혀 있었다는 점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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