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뉴스
[조선일보]서울대 다니는 카레이서 임채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9-10
조회
2558
[Sports 인사이드] 서울대 다니는 카레이서 임채원
자동차 충분히 이해하고 머릿속으로도 예행연습…
기민한 공식응용 덕분 빗속 日대회 깜짝 우승도
'운동하는 머리'와 '공부하는 머리'는 다르다고 한다. 머리 좋은 선수는 있지만 공부 잘한 운동선수 찾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카레이서 임채원(26·현대레이싱)은 공부하는 머리가 발달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공부하듯 레이싱을 한다. 이 기계공학도에게 자동차는 교재(敎材)이자 실험 대상이며, 숙제이자 꿈이다.
7월 초 일본 오이타현 오토폴리스 경기장에서 열린 프로 자동차 경주대회 'CJ티빙닷컴 수퍼레이스' 1라운드. 임채원은 넥센N9000 클래스(배기량 1600㏄급)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하더니 결선에서도 1위를 했다.
주최 측은 물론 소속팀도 예상치 못한 '깜짝 우승'이었다. 임채원은 작년 8월 레이싱에 입문해 이전까지 공식 경기를 한 번밖에 치르지 못한 '신출내기'였기 때문이다. 암기와 응용. 임채원은 입시문제를 풀듯이 경기를 했다.
경기를 앞두고 임채원은 4.675㎞ 길이의 서킷을 머릿속에 암기했다. 브레이크를 잡는 지점, 핸들을 꺾는 각도 등 코너 공략법을 달달 외운 것이다. 그런데 10m 앞도 내다보기 힘든 폭우가 경기 당일 내렸다.
임채원은 '공식'을 응용했다. 빗길이기에 코너마다 브레이크를 밟는 시점을 조금씩 앞당겼다. 다른 경쟁자들은 빗길에서 비틀댔다. 그는 '깜짝 우승'이라는 평에 대해 "난 우승하고 싶었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1일부터 강원도 태백에서 열리는 시즌 3라운드 출전을 앞둔 임채원은 자기 장점을 "자동차에 대한 이해력"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구조나 구동원리, 역학 지식을 레이싱 기술에 접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백성기 현대레이싱 감독도 "무작정 운전만 하는 선수들과 다르다. 연습이든 경기든 항상 연구하는 자세가 최고의 강점"이라고 칭찬했다. 임채원은 "공부든 레이싱이든 잘하고 싶다면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치른 데뷔전은 임채원이 자나깨나 레이싱만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됐다. "레이싱은 테크닉만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큰 착각이었어요. 경기 운영이 필요하고 마인드 컨트롤도 중요했어요. 스포츠니까요."
데뷔전에서 10명 중 7등을 한 임채원은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많은 호기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트랙 사정으로 연습을 할 수 없는 겨울 시즌에 '어떻게 해야 더 빨리 차를 몰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국내외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자기 중고차(수동 투스카니)를 몰 때도 차의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몇 달간 머릿속으로 '예행연습'한 셈이죠. 이게 효과가 있다고 믿어요. 실제로 올해 구간 기록이 몰라보게 좋아졌거든요."
경복고 시절 임채원은 반에서 10등 정도였다. 고3 때 대학 입시에서 떨어졌다. "재수를 하려고 학원 시험을 봤는데 또 떨어지더라고요. '학원도 못 가는데 대학은 어떻게 가나'란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했죠."
2003년 한양대에 입학했지만 한 달 만에 자퇴했다. "의미 없이 학교에 다니는 게 싫었어요. 석 달간 집에 틀어박혀 있으니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더군요. 무슨 일이든 원인을 찾으려 했어요. 신기하게도 성적이 좋아지더군요."
그는 "공부 방식을 바꾸니 약점이던 언어영역 점수가 40점이나 올랐다"고 말했다. 임채원은 그해 수학능력시험에서 사회탐구영역을 제외한 전 과목에서 상위 1%에 들었고, 서울대 04학번이 됐다.
임채원은 "기계공학의 결정체인 자동차를 더 잘 알고 싶어서 레이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축구와 테니스에 소질을 보였지만 운동부에 가입하는 것을 부모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럼 카레이싱은?
"우리나라에선 레이싱하면 폭주족부터 떠올리는 분들이 많잖아요. 부모님도 처음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으셨대요. 그래도 '저놈이 뭔가 생각이 있겠지'라면서 저를 믿어 주셨어요."
임채원은 올해 국내 리그를 평정하고서 내년부터 일본 무대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종 목표는 페라리 시절 'F1 황제' 미하엘 슈마허를 키워낸 로스 브라운처럼 최고의 모터스포츠 전문 경영인이 되는 것이다.
진중언 기자 jinmi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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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9/08/2010090802235.html
자동차 충분히 이해하고 머릿속으로도 예행연습…
기민한 공식응용 덕분 빗속 日대회 깜짝 우승도
'운동하는 머리'와 '공부하는 머리'는 다르다고 한다. 머리 좋은 선수는 있지만 공부 잘한 운동선수 찾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카레이서 임채원(26·현대레이싱)은 공부하는 머리가 발달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공부하듯 레이싱을 한다. 이 기계공학도에게 자동차는 교재(敎材)이자 실험 대상이며, 숙제이자 꿈이다.
7월 초 일본 오이타현 오토폴리스 경기장에서 열린 프로 자동차 경주대회 'CJ티빙닷컴 수퍼레이스' 1라운드. 임채원은 넥센N9000 클래스(배기량 1600㏄급)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하더니 결선에서도 1위를 했다.
주최 측은 물론 소속팀도 예상치 못한 '깜짝 우승'이었다. 임채원은 작년 8월 레이싱에 입문해 이전까지 공식 경기를 한 번밖에 치르지 못한 '신출내기'였기 때문이다. 암기와 응용. 임채원은 입시문제를 풀듯이 경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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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앞두고 임채원은 4.675㎞ 길이의 서킷을 머릿속에 암기했다. 브레이크를 잡는 지점, 핸들을 꺾는 각도 등 코너 공략법을 달달 외운 것이다. 그런데 10m 앞도 내다보기 힘든 폭우가 경기 당일 내렸다.
임채원은 '공식'을 응용했다. 빗길이기에 코너마다 브레이크를 밟는 시점을 조금씩 앞당겼다. 다른 경쟁자들은 빗길에서 비틀댔다. 그는 '깜짝 우승'이라는 평에 대해 "난 우승하고 싶었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1일부터 강원도 태백에서 열리는 시즌 3라운드 출전을 앞둔 임채원은 자기 장점을 "자동차에 대한 이해력"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구조나 구동원리, 역학 지식을 레이싱 기술에 접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백성기 현대레이싱 감독도 "무작정 운전만 하는 선수들과 다르다. 연습이든 경기든 항상 연구하는 자세가 최고의 강점"이라고 칭찬했다. 임채원은 "공부든 레이싱이든 잘하고 싶다면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치른 데뷔전은 임채원이 자나깨나 레이싱만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됐다. "레이싱은 테크닉만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큰 착각이었어요. 경기 운영이 필요하고 마인드 컨트롤도 중요했어요. 스포츠니까요."
데뷔전에서 10명 중 7등을 한 임채원은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많은 호기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트랙 사정으로 연습을 할 수 없는 겨울 시즌에 '어떻게 해야 더 빨리 차를 몰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국내외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자기 중고차(수동 투스카니)를 몰 때도 차의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몇 달간 머릿속으로 '예행연습'한 셈이죠. 이게 효과가 있다고 믿어요. 실제로 올해 구간 기록이 몰라보게 좋아졌거든요."
경복고 시절 임채원은 반에서 10등 정도였다. 고3 때 대학 입시에서 떨어졌다. "재수를 하려고 학원 시험을 봤는데 또 떨어지더라고요. '학원도 못 가는데 대학은 어떻게 가나'란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했죠."
2003년 한양대에 입학했지만 한 달 만에 자퇴했다. "의미 없이 학교에 다니는 게 싫었어요. 석 달간 집에 틀어박혀 있으니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더군요. 무슨 일이든 원인을 찾으려 했어요. 신기하게도 성적이 좋아지더군요."
그는 "공부 방식을 바꾸니 약점이던 언어영역 점수가 40점이나 올랐다"고 말했다. 임채원은 그해 수학능력시험에서 사회탐구영역을 제외한 전 과목에서 상위 1%에 들었고, 서울대 04학번이 됐다.
임채원은 "기계공학의 결정체인 자동차를 더 잘 알고 싶어서 레이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축구와 테니스에 소질을 보였지만 운동부에 가입하는 것을 부모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럼 카레이싱은?
"우리나라에선 레이싱하면 폭주족부터 떠올리는 분들이 많잖아요. 부모님도 처음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으셨대요. 그래도 '저놈이 뭔가 생각이 있겠지'라면서 저를 믿어 주셨어요."
임채원은 올해 국내 리그를 평정하고서 내년부터 일본 무대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종 목표는 페라리 시절 'F1 황제' 미하엘 슈마허를 키워낸 로스 브라운처럼 최고의 모터스포츠 전문 경영인이 되는 것이다.
진중언 기자 jinmi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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