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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우즈의 골프공이 0.02㎜만 더 파였어도.. (최해천 교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10-30
조회
2954
우즈의 골프공이 0.02㎜만 더 파였어도…

골프공은 매끈하지 않고 우툴두툴한 곰보이다. 골프공이 매끈하지 않고 딤플(dimple·작은 홈)을 가진 이유는 비거리(飛距離)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요철이 있다 보니 퍼팅이 부정확해지는 단점도 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최해천(45) 교수팀은 바다거북 등딱지에서 따온 새로운 디자인으로 이 같은 딤플의 단점을 극복한 골프공을 내놓았다.



◆매끈한 놈보다는 곰보가 좋다

골프공의 우툴두툴한 딤플은 100년 전에 시작됐다. 매끈한 공보다는 표면 여기저기에 흠집을 낸 공이 훨씬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골프공에는 약 300~500개의 딤플이 새겨져 있으며 깊이는 0.24㎜ 정도이다.

보통 힘껏 골프채로 골프공을 때려 힘을 전달하는 시간은 2000분의 1초. 찰나의 시간에 골프공을 정확히 가격해 원하는 위치에 골프공을 갖다 놓으려고 골퍼들은 스윙 연습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사용하는 골프공의 딤플 깊이가 조금만 달라져도 골프공의 궤적이나 비거리는 급격하게 달라진다. 딤플의 깊이가 10%(0.02㎜) 정도만 달라져도 골프공이 날아가면서 겪는 공기 저항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타이거 우즈나 데이비드 듀발 같은 프로골퍼들은 자신만의 골프공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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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거 우즈

◆골프공의 딤플은 비행기의 날개와 같아


최해천 교수팀은 지난해 골프공의 딤플이 공기 저항을 50% 가량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골프공이 매끈하면 공기가 공과 부딪친 후 표면을 타고 절반도 가기 전에 옆으로 튕겨 나가지만 딤플이 있으면 공의 뒷면까지 공기가 부드럽게 지나가 공기 저항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딤플은 골프공이 오래 떠 있도록 해주는 양력(揚力)에도 도움이 된다. 골프공은 아래쪽으로 깎아 치기 때문에 공이 진행하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회전이 걸린다. 야구의 커브와 정반대의 상황이어서 골프공은 위로 휘어진다. 물론 골프공에 딤플이 없어도 역회전은 발생한다. 하지만 딤플이 있으면 그 효과는 훨씬 증폭된다. 최 교수는 “딤플은 공기 저항을 줄이고 양력을 증대시켜 비거리를 최대 250%까지 늘려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딤플은 퍼팅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공을 때릴 때 평평한 면보다 딤플이 만든 파진 모서리를 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골프공에서 평평한 면은 전체 표면 중 10%도 안 된다. 확률적으로 골프공이 1~3도 정도 각도가 빗나갈 수 있다고 한다.

한 골프공 제조업체는 딤플이 만든 오차를 줄이기 위해 부분적으로 딤플이 없는 골프공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일반 골프공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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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저항도 줄이면서 퍼팅 정확도도 높여 준다면

골프공의 당면 과제는 딤플로 인해 늘어난 비거리는 유지하면서 퍼팅의 부정확도를 개선하는 작업이다.

최 교수는 바다거북의 등딱지에서 골프공의 난제를 푸는 실마리를 찾았다. 몸무게 200㎏의 바다거북이 물속에서 유유히 떠다니는 데는 등딱지에 물과의 마찰을 줄이는 비결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바다거북의 등딱지는 파진 면적이 매끈한 면적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표면의 모양도 삼각형·사각형으로 이뤄져 있었다.

최교수는 바다거북 등딱지의 두 가지 특징을 골프공의 딤플에 적용했고 딤플에 미세한 돌기를 추가로 넣었다. 또 공기 마찰 실험을 거듭해 공기 저항이 가장 적은 딤플 구조를 찾아냈다. 최 교수는 “실험 결과 딤플의 면적은 전체 공의 5%만 돼도 공기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공이 어느 방향에서 공기를 맞더라도 동일한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30%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공기 저항을 줄이는 효과는 기존 딤플과 비슷하면서 매끄러운 면이 전체의 70%나 되는 차세대 골프공이 두 달여 만에 나올 수 있었다.

최 교수는 “국내 특허는 출원 중이고 미국 특허는 서류 작업이 끝나는 대로 신청할 계획”이라며 “특허 출원에 성공해도 다른 사람이 우회해서 새로운 특허를 출원하는 경우가 잦아 이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방법에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호진 기자 superstor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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