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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환 교수, 과기정통부 선정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

작성자
이수빈
작성일
2022-11-03
조회
423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광복이하 ‘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1월 수상자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하여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상이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고승환 교수가 기존의 장기모사칩 제작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고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투명 실리콘 미세패터닝 기술을 개발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장기모사칩은 인체 내 생리현상을 재현하여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신약 개발의 중요한 기술로 등장했다. 기존의 장기모사칩 제작방식은 준비된 틀에 실리콘 기반의 투명 탄성체(폴리디메틸실록산PDMS)를 부어 굳게하는 ‘몰딩방식’으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어 이를 대체할 ‘레이저 직접 가공법’ 연구가 주목받았다.

고승환 교수 연구팀은 틀이 필요 없고 즉석에서 가공형상을 바꿀 수 있는 이저 직접 가공법을 개선하여높은 표면가공과 정밀도를 갖는 3차원 미세패터닝 제작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팀은 불투명한 폴리디메틸실록산이 투명한 폴리디메틸실록산보다 효과적으로 레이저를 흡수해 열분해 반응이 유도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이 열분해 연쇄반응 현상을 이용해 3차원 프린터처럼 원하는 모양을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폴리디메틸실록산 가공법을 개발했다.

 

  새로운 폴리디메틸실록산 가공법을 통해 기존의 제작 방식으로 만들기 어려웠던 다양한 장기모사칩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바이오 기기에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해당 연구성과는 2021년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게재됐다.

 

  고승환 교수는 “이번 과학기술인상 수상으로 연구결과를 인정받아 연구자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아래는 고승환 교수 인터뷰 전문

 

상상과 공학은 미래를 개척하는 두 개의 바퀴입니다. 서기 2054년을 배경으로 펼쳐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개봉 2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에스에프(SF)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데요. 영화 속 미래범죄예방시스템을 비롯해  터치스크린, 홍채와 지문인식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관객들에게 깊은 감상과 영감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11월 수상자인 고승환 교수도 이 영화를 보며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착용(웨어러블) 전자기기와 전자피부를 실제 구현하겠다는 꿈을 키웠다는데요. 계획된 연구 외에도 주말이나 짜투리 시간을 쪼개 제안서에 없었던 실험을 시도해보고, 실패한 실험 결과도 자세히 보는 것을 습관화하며 세계 최고, 세계 최초 기술 개발에 매진해온 그의 노력은 이제 영화를 넘어서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구현을 목표로 담금질하고 있습니다.

 

o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소감과 함께 교수님의 근황도 소개해주세요.

 

 - 저희 연구 결과가 다른 연구자들에게 인정받아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상을 주신만큼 이번 수상의 배경이 된 장기모사칩에 적용 가능한 투명 실리콘 미세 패터닝 연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나아가 앞으로 인체에 적용 가능한 투명 전자피부 개발을 통해 한국의 기술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o 기계공학분야 중에서도 고전적으로 인식되는 열공학을 전공하시고, 최신 착용 전자기기 등에 접목 가능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오셨습니다. 교수님의 주요 연구주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 다양한 착용 전자기기와 전자피부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래 전자소자는 유연하고 신축성이 있으며, 플라스틱이나 옷감 등 다양한 재료로 구현 가능할  전망입니다. 또한 전자피부는 반창고나 문신 형태로 제작해 필요한 부위에 직접 부착하여 체온, 심박수, 근전도, 심전도, 혈압, 산소포화도 등 사용자의 다양한 생체 신호 등을 측정하여 무선으로 외부에 전송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소재, 그리고 전통적인 고온의 제작 공정으로는 착용가능한 전자소자 구현이 어렵습니다. 때문에 기계공학의 열 제어를 통한 낮은 온도의 공정 개발과 유연성/신축성소자가 다양한 변형에도 잘 작동할 수 있는 기계역학적인 연구와 다양한 신공정을 위해 개발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o 세계적으로 착용 전자기기와 전자피부가 첨단 미래 산업의 화두가 되었는데요. 관련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 2002년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며 영화 속 다양한 착용가능 전자기기와 전자피부 기술에 매료됐습니다. 실제로 작동하는 기기를 실현시키고 싶다는 생각에서 지도교수님과 논의해서 박사학위주제로 선정했고,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활발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착용가능 전자기기의 최종 목표는 사람이 직접 입거나 피부에 부착하거나 사람 몸 안에 이식 가능한 형태로 구현하는 것입니다. 전자피부는 착용가능 전자기기의 가장 발전된 형태인데요. 사람의 피부는 단순히 유연한(flexible) 것이 아니라 신축성(stretchable)과 부드러운(soft)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플렉서블한 요소만 갖춘 착용가능 전자기기는 사람이 실제 착용했을 때 이질감과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기존의 딱딱한 전자기기를 사람의 피부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 착용감을 최대화하고자 합니다.

 

o 그동안 레이저로는 가공이 어려웠던 투명하고 말랑한 소재를 미세패터닝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연구의 주요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 폴리디메틸실록산 물질은 생체적합성 소재로 투명하고 고무처럼 말랑해 생물학적 실험과 임상 실험에 사용되는 미세소자 개발에 활발히 활용됩니다. 하지만 제작에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고 공정도 복잡한데다 제한된 모양으로만 가공이 가능했습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레이저를 이용해  3차원프린터처럼 폴리디메틸실록산 물질을 원하는 모양으로 쉽고 간단하게 만드는 새로운 공정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레이저를 폴리디메틸실록산 물질에 조사하면 레이저가 지나간 부분만 검은색의 실리콘카바이드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것을 제거하면 폴리디메틸실록산의 다양한 3차원미세구조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을 이용해 신약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공장기인 장기 모사칩에 적용하는 실험도 성공했습니다.

 

o 이번 연구 성과는 미세유체 칩, 세포 배양 칩, 오가노이드 등 다양한 차세대 바이오 응용 분야에 적용이 가능해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폴리디메틸실록산을 이용한 미세소자 제작은 공정이 까다롭고 많은 비용이 듭니다. 이번 연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선택적 레이저열분해공정은 새로운 물리현상을 기반으로 한 3차원 미세패터닝 공정입니다. 레이저로 광 투과성 소재를 열분해함으로써 놀라운 표면가공 효율과 정밀도를 갖는 미세패터닝 제작이 가능한 새로운 방식인데요. 실제로 미세유체 칩과 랩 온어 칩을 구현하여 생체적합성까지 확인하였습니다. 앞으로 미세유체 채널과, 세포 배양 칩, 오가노이드를 좀 더 빠르고 저렴하게 개발하여 기술 대중화와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o 교수님의 다양한 연구성과들이 첨단 산업 발전에, 나아가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어떤 영향 줄 수 있을까요?

 

 - 투명 실리콘 미세 패터닝 기술은 세포 배양 칩, 오가노이드 등 다양한 차세대 바이오 응용 분야와 더불어 소프트 로봇분야에 적용 가능하여 보다 정밀하고 효과적인 기기 및 기능성 로봇 개발의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특정 물질에 한정되었던 3차원 및 4차원 프린팅의 새로운 기법 개발을 바탕으로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 선점과 기술을 주도 할 수 있는 효과가 예상됩니다. 특히 바이오 응용분야인 장기모사칩을 저비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면 난치성질병 치료제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의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o 2020년 연구실 내 창업프로그램을 시작하셨습니다. 기초연구에서 기술 창업까지 연구의 외연을 확대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지난 20여 년 새로운 원리를 규명하고 적용하는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연구에 매진해 왔습니다. 저희의 연구결과가 실생활에 적용되려면 많은 후속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저희가 개발한 기초기술들이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더욱 발전되는 모습을 종종 보았습니다. 저 역시 우리의 연구가 논문작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까지 연결돼 더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다면 연구자로서 보다 가치 있는 도전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일환으로 2년 전 연구실 대학원생들과 차세대 공기청정기 및 마스크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기존에는 대학원생들이 졸업 후 모두 학교나 연구소, 대기업에 취업했었는데요. 최근 창업에 관심 있는 대학원생들에게 창업을 독려하자 근래에는 매년 1~2명의 대학원 졸업생들이 창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o 연구를 수행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 보람된 기억은 무엇인가요?

 

 - 보통 대학에서는 정부나 기업에 연구과제 계획서를 제출하여 과제비를 수주한 주제를 연구합니다. 하지만 가끔 연구과제가 없어도 개인적인 흥미로 기존의 연구시간을 쪼개 저녁이나 주말에 짬을 내어 진행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 경우 계획서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간과 예산의 제약도 많고 꼭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하지 않고 진행하기에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취미생활처럼 가볍게 진행한  연구들 중 혁신적인 결과가 탄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때 연구자로서 가장 즐겁고 보람됨을 느낍니다.

 

o 평소 연구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궁금합니다.

 

 - 실패 하더라도 무언가를 새로 배울 수 있으면 실패를 발판삼아 목표를 변경하고,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자 합니다. 항상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처음 세운 최종 목표보다는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곁가지로 우연히 발견한 것들도 큰 가치가 있습니다. 이러한 우연한 발견이 처음 목표와 상관없지만 보다 더 크고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실패한 실험이라도  흥미로운 결과가 있으면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습관화되었습니다. 사실 이들 결과 역시 한두 번 실험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도에서 우연히 나오기 때문에 끈질기게 인내심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o 연구자이자 스승으로서 연구실 학생들에게 평소 강조하는 내용도 궁금합니다.

 

 - 저희 연구실에서는 착용가능 전자기기, 휘는/늘어나는 전자기기, 전자피부, 소프트 로봇, 가상/증강현실 기기 및 기능성 필터 등 다양한 차세대 미래 전자기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실에 없는 기술과 기기를 개발하려면 정확한 수학적 계산 능력뿐만 아니라 자율성과 자유도에서 나오는 상상력과 독창성이이 매우 중요한 자원입니다. 때문에 학생들에게 연구주제를 정할 때 가까운 미래에 꼭 필요할 것 같은 기술이자 제품이 무엇인지 상상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제가 에스에프(SF)영화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은 만큼 대학원생들에게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데 도움이 될 책과 영화는 물론 다양한 매체를 접해보길 권장합니다. 또한 틀에 얽매인 생활보다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기주도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자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최적의 시간에 자유롭게 출퇴근하도록 합니다.

 

o 교수님이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요? 또는 이것만은 꼭 완성하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연구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 에스에프(SF)영화에서는 옷을 입기만 해도 사용자의 건강상태가 점검되고, 생각만 해도 뇌에 삽입된 전자기기가 컴퓨터나 기계장치를 조종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생체신호를 탐지해 신체 외부와 연결하는 착용가능 기기와 장치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또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라고 하는데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 같지만 최근 뇌신경과학 새싹기업뉴럴링크는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한 원숭이가 뇌 활동만으로 화면 속 막대를 원하는 위치로 움직여 게임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아직 동물실험 단계이지만 인간 두뇌에 전자칩을 이식해 치매와 척수손상 등의 난치성질환을 치료하고 궁극적으로 인류와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걸 목표로 세우기도 합니다. 저는 착용가능 전자기기를 개발하여 궁극적으로는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마비 환자가 일상생활이 가능해지고, 일반 사람도 인공지능과 연결돼 인지 기능과 신체적 기능의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연구의 범위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o 한림원의 청소년과학영재 사사 길잡이로도 봉사해오셨습니다.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또는 당부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과학자를 목표로 열심히 정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은 현재 유행하는 것에 끌려 다니지 말고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꾸준히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모든 학문은 부흥기와 쇠퇴기가 있고 어떤 학문분야도 무한히 부흥만 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어떤 특정분야가 최정점에 있을 때(그 분야를 좋아해서 선택하는 건 상관없지만) 유행 따라서 그 분야를 선택한다면 그 학생이 졸업할 무렵에는 이미 최정점을 지나서 내리막으로 가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차라리 현재 주목 받고 있지는 않지만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 눈치 보지 말고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성공과 적성의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