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뉴스

[8월 연구실 인터뷰] 이호원 교수님 - 첨단 생산 기술 및 스마트 소재 연구실

작성자
MEch-SSENGER
작성일
2022-09-19
조회
1416

이호원 교수님 연구실: 첨단 생산 기술 및 스마트 소재 연구실

이호원 교수님

Q1. 연구실의 주된 연구 분야는 무엇이고, 구체적인 예시로는 무엇이 있나요?
생산-제조-설계 기술이 무엇인지 한 발짝 물러나서 인류의 문명이 어떤 식으로 발전했는지를 보면, 어떤 소재로 무엇을 어떻게 잘 만들었는지가 인류 문명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돌을 깨트려서 날카로운 도구를 만든 구석기, 돌을 갈아서 만들기 시작하면서 신석기가 시작되었고, 금속을 녹여 원하는 도구를 만들게 되면서 청동기, 청동보다 조금 더 발전해서 철기로 넘어가는 등 새로운 소재를 인류의 필요에 의해 잘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인류의 생활 모습을 변화시킵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데 우리나라의 경쟁력의 기반을 생각해보면 제조업이 하나의 축이기에 제조기술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넓게는 생산설계 기술을 연구하고 그 중에서도 3D 프린팅이 중점적입니다. 이 외에도 전반적으로 생산, 제조 기술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연구실입니다.


Q2. 연구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특별한 장치 또는 설비가 있나요? 없다면 외부에서 자주 사용하는 장비가 있나요?
3D 프린팅은 소재를 가지고 바로 3차원 형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이고 소재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존재합니다. 저희는 여러 종류의 3D 프린팅 중 빛을 이용하여 물체를 만들어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액체 상태의 소재를 먼저 만들고 빛을 쪼이면 액체가 빛 에너지를 받아 경화되어 고체가 됩니다. 빛을 쏘아주는 광원은 형광등 같이 넓게 퍼지는게 아닌 원하는 형태에 맞게 선택적으로 빛을 쏘아줘야 하고, 이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하여 구현할 수 있습니다. 연구실에는 직접 개발한 프로젝터기로 원하는 형태의 빛의 패턴을 쏘아주며 연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제작을 한 후에 잘 만들어진 것인지 확인을 위해 기계적 성질을 테스트하는 물성 테스트 장비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소재를 합성할 때 필요한 장비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생산은 제작만이 중요 한 것이 아닌 잘 제작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위 측정 장비들과 더불어 기계적인 tensile test나 compression test를 할 수 있는 만능 시험기와 viscoelasticity를 측정하는 장비들로 제작 후 성능 시험까지 연구실에서 한번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Q3. 최근 연구실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야 혹은 연구가 무엇인가요?
저희 연구실에서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 특히 3D 프린팅 연구를 주로 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 중에서도 3가지 정도 이야기하자면 4D 프린팅, 기계메타물질, 바이오 분야가 있습니다.
4D 프린팅은 3D 프린팅에 시간을 더한 것으로 시간에 따라서 변화하는 물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주위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소재를 이용하여 3D 프린팅으로 적절한 공정조건과 구조를 만들어주면 온도, 전기장 등의 조건으로 형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구조물이 주어진 조건에 따라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이는 일정한 로직이 생기게 할 수 있습니다. 하이드로겔을 이용해서 특정 부분만 물에 의해 불어나게 하면 로봇과 같음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고, 형상 기억 고분자(shape memory polymer)를 이용하면 형상 변형이 일어났다가 특정 온도 이상에서 원래 형상을 스스로 복원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둘의 장점을 잘 섞은 액정탄성체(Liquid crystal elastomers)를 이용한 연구를 진행중입니다. 액정 분자를 탄성을 가지고 있는 분자들과 결합시키고 여기에 특별한 환경을 가해주면 한 쪽 방향으로 액정이 정렬됩니다. 여기에 온도를 높여주면 배열된 액정 분자들의 엔트로피가 증가해 배열이 흐트러지면서 형상 변형이 일어나고 이를 이용하여 원하는 움직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존의 사출식으로 제작되던 4D 프린팅이 아닌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3D 프린팅에 특별한 장치를 부착해서 형상을 만들면서 동시에 분자의 배향도 조절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중입니다. 이를 통해 4D 프린팅 연구를 한 단계 더 발전 시킬 수 있고, 인공근육, 소프트로봇 등의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기계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성치를 구조설계를 통해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물성치를 결정하는 단위체가 분자나 원자만큼 작지 않아도 충분히 유효 물성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경우, 정밀한 3D 프린팅을 통해 유닛 셀을 만들어 격자 구조로 제작하면, 미세구조를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소재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유용한 물성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예로 들어 음의 포아송 비, 0의 열팽창율, 단단하고 가벼운 소재 등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물성을 만들어내는 연구가 진행중입니다.
바이오 관련 연구로는 다양한 주제가 있지만 최근엔 신발 관련 과제가 진행중입니다. 신발은 우리가 실내에 있을 때를 제외하면 늘 착용하고 있는 의료로서 보행 안정성, 운동능력, 편안함 등 우리의 활동에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신발의 밑창에 기계메타물질을 적용하여 3D 프린팅을 통해 제작하면 다양한 강성 분포를 갖는 신발을 제작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착용자의 운동능력, 보행 안정성, 족부 질환 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평발, 노화에 따른 발 형상 변형 등 족부 질환이 많이 있는데 사람마다 개별적인 보행 특성을 분석해서 보행 안정성을 개선하는 연구를 의대, 체육교육과 등과 공동 연구로 진행중입니다.

Q4. 해당 분야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분야 관련 과제를 수행하면서 기계메타물질 관련 분야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0년 미국에 DARPA(국방고등연구계획국)에서 MCMA(materials with controlled microstructural architecture)라는 주제로 미세 구조로 원하는 물성을 만들어내는 소재 개발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온도가 올라가도 열팽창이 일어나지 않는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주제였고, 미세 구조를 이용해서 만들다 보니까 미세 3D 프린팅을 통해 원하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참여했던 팀들 사이에서 좋은 연구들이 많이 나왔고 참여한 연구 그룹들이 학회에서 세션을 만들면서 mechanical meta material이라는 학문 분야를 만들어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연구 분야에 새로 들어오고 연구 교류도 활발해졌고 그렇게 해서 관련 연구를 이어 오게 되었습니다.

Q5. 이외에도 연구실에 대해 추가적으로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연구실은 작년(2022년 기준)에 만들어진 신생 연구실입니다. 현재는 대학원생이 7명 있는 작은 규모인데 사수-부사수의 시스템이 있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작은 연구실만의 장점도 있습니다. 학생들을 개인적으로 자주 만나고 있고 1:1 연구 지도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해외에서 연구를 하다가 왔기에 진행 중인 국제 공동연구 등 해외 커넥션이 많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Q6. 대학원을 생각 중인 학부생이나 연구중인 대학원생에게 해 주실 말씀이 있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학업과 연구는 뭐가 다른지, 연구와 개발은 뭐가 다른지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개인적으로 연구는 지식을 창출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수업 시간에 배우는 지식은 누군가가 만들어냈기에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만들어야 하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 가면서 인류가 알고 있는 지식의 지경이 점점 넓혀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에서 나온 지식이 인류에게 곧장 도움이 될 수도, 또는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 공과대학에서는 인류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지식을 만들어낸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더라도 그러한 성과가 나올지 안 나올지 모릅니다. 잘 되면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지만, 잘 안 되면 연구자는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연구의 이러한 속성을 알고 대학원 생활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좌절과 실망이 많을 수 있는데 연구의 길은 원래 그런 것이란 것을 인지하고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진로 관련해서 학부생들이 많이 걱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잘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진로 탐색 과정에서 어느 길이 맞을지, 더 좋을지 찾아보고 다른 전공 분야도 많이 찾아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서울대학교 학생들이라면 이미 무엇을 해도 다 잘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니 지금까지는 너무 경쟁에 쫓겨서 그랬다면 이제 앞을 내다볼 때는 용기를 가지고 진로 탐색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용기를 가지고 선택을 해도, 스스로 선택한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인생이라는 큰 흐름에서 보면 대체로 좋은 성취를 이룰겁니다. 대학원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연구의 속성 때문에 결과가 잘 안 나오고 나만 못하는 것 같을 수도 있고 지금 당장은 밝은 미래가 안 보이는 것 같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잘 견디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명한 이야기인데 사람들은 성공이 목적지까지 일자로 쭉 도착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사실은 이게 아닌 매우 구불구불하고 험난하게 도착하게 되는 여정입니다. 목적지까지의 일자로 놓여진 길에 있지 않아도 좌절하지 말고 원래 그런 것이니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Mech-SSENGER 구재현, 김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