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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ch-SSENGER]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인터뷰 - 제31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 수상
신학철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였으며, 풍부한 글로벌 경험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확고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고 인류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지난 1984년 한국 3M에 입사해 필리핀 지사장(1995년), 3M 미국 본사 산업용 비즈니스 총괄 수석 부사장(2005년)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3M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2011년)까지 오른 대한민국의 입지전적인 전문경영인으로 2014년에는 서울대 공대 자랑스러운 공대동문상, 2019년에는 대한민국 국민포상, 2020년에는 한국협상학회 대한민국 협상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출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Q. 신학철 부회장님께서는 제31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에 선정되셨습니다. 이에 축하드리며, 소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살면서 여러 번 상을 받아왔습니다만 가장 영광된 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건 중 하나가 서울대 입학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기계공학과를 선택한 것을 발판 삼아서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을 받으러 왔을 때도 서울대 공과대학과 기계공학관을 지나며 마치 고향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상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 신학철 부회장님은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를 졸업하신 후 3M, LG화학 회사를 다니며 많은 업적을 세우셨기 때문에 위의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본인께서는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에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업을 이끌며 끊임없이 변화에 대비해 온 것을 높게 평가해 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수많은 선배님, 후배들 중 제가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을 받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수상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제 개인에게 주는 상이라기보다는 LG화학이라는 기업을 대표해서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익 창출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는 것도 기업의 역할이죠. 기후변화나 팬데믹처럼 변화가 다가올 때, 경영자는 조직의 방향을 잡고 산업 전체의 판을 이끌어 나가게 됩니다.
2019년 LG화학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시작한 장기 프로젝트도 지속가능(Sustainability) 전략을 점검하는 작업이었습니다. 2020년에는 국내 화학 업계 최초로 2050 탄소중립 성장을 선언했습니다. 3대 신성장동력으로 ▲친환경 Sustainability 비즈니스 ▲전지 소재 중심의 e-Mobility ▲글로벌 혁신 신약을 선정하고 해당 분야에만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세계 7위 화학 기업인 LG화학이지만, 모든 산업이 리셋되고 있는 만큼 선도 기업과 후발 기업이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된 것입니다. 친환경 시대를 앞서 나갈 기회이기도 합니다.
Q. 부회장님께서는 3M 회사에서 세일즈도 하시고, 필리핀으로 가서 사장을 맡는 등 쉽지 않은 도전을 많이 해오셨습니다. 이처럼 남들이 해보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도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변화했던 것이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회사에 들어가서 6년 간은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고, 이후에는 영업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샘플 가방을 들고 B2B 고객을 방문하러 발로 뛰는 일이 지금 생각해도 왜 두렵지 않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10년 정도 근무하다가 갑작스러운 기회로 3M 필리핀 지사 사장으로 발령이 났던 때가 제 나이 36살 때입니다. 그때도 과감하게 뛰어들었죠. 필리핀에서 회사가 2~3배 성장하고 났을 때, 미국 본사로 들어가는 과정을 겪으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회일지 위기일지 모르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두려움 없이 뛰어들었죠. ‘어차피 후회할 거면 해보고 후회하자’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지 올해가 42년이지만, 지금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게 별로 두렵지는 않습니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지평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죠. 저는 스스로 뛰어난 엔지니어였다고 자부하지만, 영업 마케팅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30살이 되어서야 알게 됐습니다. 고객을 만나고 설득하는 일이 굉장히 재미있더라고요. 독서나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해 보면서 스스로 재능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단 한 가지 중요한 것을 안다(A fox knows many things, but a hedgehoge important thing).”라는 말이 있습니다. 똘똘 뭉치는 단 하나의 방법을 터득한 고슴도치에게 여우는 이길 수 없다는 내용이죠. 누구나 고슴도치의 단 한 가지 재주처럼 무기가 있다고 믿습니다. 내가 평생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에 나만의 무기, 나만의 열정을 걸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Q. 부회장님께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멘토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LG화학 사내에서도 직원들이 서로 멘토가 되어주는 '코멘토링(co-mentoring)'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신학철 부회장님께서는 현재 자리에 오기까지 만난 멘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신지요? 어떤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요?
제임스 맥너니 보잉 회장, 조지 W. 버클리 3M 전 회장 등 여러 귀인을 만났습니다. 저는 이런 분들한테 배우고 물어보기를 많이 했죠. 짧은 시간이라도 가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엑기스와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고, 제 배움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이분들에게서 왔습니다.
사실 책을 아무리 읽어도 비즈니스 세계에서 핵심을 파고들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 짧은 20~30분의 시간의 대화 기회를 얻어내기까지가 중요하죠. 비즈니스든 어떤 사회적 관계이든 사람과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습관으로 길러야 합니다. 서로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끝내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사람은 다음에 한 번 연락할 기회를 마련해서 또 보는, 사소한 차이죠. 하지만 세상은 사소한 차이가 좌우합니다. 이 작은 +α가 우리의 인생, 기업의 운명, 나의 운명을 좌우할 겁니다.
Q. 다음은 저희와 같은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를 졸업하신 75학번 신학철 부회장님께 학부와 관련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회장님께서는 대학교 진학 당시 왜 기계공학부를 선택하셨나요? 기계공학부를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당시에는 계열별 모집이라 2학년에 학과 선택을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기계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당시 전자 공학과와 함께 최고의 인기 학과였던 이유도 있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엔지니어링” 이라는 종합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공학 및 기술의 main stream이 기계공학이 아닐까 하는 약간은 막연한 생각으로 선택도 했는데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Q. 신학철 부회장님께서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셨을 당시의 기계공학부와 지금의 기계공학부를 비교해보면 연구 분야와 커리큘럼 등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현재 글로벌 산업을 선도하고 계신 신학철 부회장님께서는 산업에서 기계 분야가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는 앞으로 변화할 산업에서 기계 분야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기계공학의 각 부문(그리고 다른 공과대학 학과의 분야들)이 하나의 개체로서의 독립된 부문으로서 연구, 실험, 응용 되던 상황에서 점차 각 분야의 경계(boundary)가 혼합되는 융합 과학 및 엔지니어링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봅니다. 산업분야에서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종합/융합 엔지니어링이라고 생각 합니다. 예를 들면 AI 기술은 이제 모든 엔지니어링의 필수적인 enabler 로서 자리매김했고 그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기술은 화학, 재료, 기계, 컴퓨터공학 등 수많은 분야가 조화를 이루어야 구현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인류의 미래를 규정하려고 있는 거시적 흐름(megatrend)에 맞추어 어떻게 기계공학이 이 중요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탈탄소 환경)하는 이슈가 전 산업을 초기화(reset)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계공학이 중요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기계공학부 학부생들은 산업에서의 기계공학부의 입지 때문에 많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기계공학부 졸업생들이 많이 취업하던 현대자동차는 내연기관 차의 판매 중단 계획 및 전기차 전환에 따라 기계공학부 출신 인력을 축소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다른 전공, 특히 컴퓨터공학 관련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신학철 부회장님께서는 기계공학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화학 전공분야가 많은 LG 화학에서 리더가 되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부회장님께서 현상황에 처해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공학을 어느 한 분야에 전공으로 생각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 같습니다. 제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산업현장에서 일해보니 열역학 등의 기본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은 엔지니어링의 기본적인 문제해결 방식,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하고 결론을 도출할 것인가와 같은 engineering mindset이 가장 중요한 배움이었다고 봅니다. 미래의 큰 흐름(megatrend)를 지향점으로 두고 학문의 경계(boundary)를 넘나들며 유용한 해결책을 제시하여 인류가 직면한 중요하고 거대한 문제 등에 과감히 도전한다면 기회는 무궁무진 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지평을 끊임없이 넓히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계공학도로서의 책임감과 자부심을 품고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시기를 권고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학부생 및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기계공학부 기자단 'Mech-SSENGER' 는 학부 내에서 일어나는 뉴스 및 연구 등을 소개하여 기계공학부 교수 또는 동문들의 업적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해당 인터뷰는 기계공학부 기자단이 2021년 12월 중 서면으로 진행하였습니다.
MEch-SSENGER 이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