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뉴스
[MEch-SSENGER] 김윤영 교수 인터뷰
작성자
MEch-SSENGER
작성일
2021-10-05
조회
2052
Q. 교수님의 연구진들이 해온 연구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요즘 제가 주로 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크게 주로 최적설계 분야와 초음파메타물질 분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최적설계 분야의 경우, 그 설계대상이 강체(rigid body) 기반의 메커니즘(mechanism)이에요. 예를 들어, 4절 링크, 5절 링크와 같은 기구장치를 말해요. 자동차나 로봇처럼 기계적 운동이 필요한 곳에는 꼭 필요한 것들이에요. 엔지니어는 언제나 더 좋은 기능, 더 새로운 기능을 갖는 메커니즘을 창의적으로 설계하기를 요구받고 있죠. 하지만 본인의 설계경험이나 시행착오법으로는 창의적 설계를 하기가 쉽지 않죠. 설사 초기설계안이 없다 하더라도, 설계하고자 하는 문제만 정확히 정의하면, 즉 원하는 출력 운동 등을 정확히 기술해주기만 하면,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자율적으로 설계해주는 그런 기술이 있으면 좋지 않겠어요? 저희 연구실이 세계 최초로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자동설계 방법론을 제시하였고, 또 실제로 그 기술로 제품을 구현함으로써 그 기술의 유용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 분야는 남들이 시도해오지 않았던 것으로 우리 연구실에서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초음파메타물질 연구 분야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하는데요. 우선 초음파는 의료용은 물론 산업용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을 거에요. 산업용 예를 한 두 개 든다면, 초음파로 두께를 정밀하게 측정하기도 하고 구조물 속에 숨어있는 치명적인 결함을 찾아내는 것이에요. 사실 초음파를 실제 응요에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초음파의 크기와 방향 그리고 초음파의 모드를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한계가 존재해요. 그래서 초음파 기수를 획기적으로 더 발전시키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우리 연구실에서는 ‘메타물질’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이용하여 이런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세월호와 같이 배가 물에 잠겨서 그 내부를 볼 수 없는 상황일 때, 우리 연구실에서 개발하고 있는 메타물질 기반 초음파기술을 이용한다면, 내부 이미징도 이론적으로 가능해요. 지금의 초음파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타물질 연구는 아주 매력적인 연구라고 생각해요.
Q. 교수님께서는 말씀하신대로 다양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오셨는데요. 특히 기억에 남는 연구가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연구는 하나하나가 다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연구라는 것이 어떤 주제로 시작해도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져서 발전하기 때문에 하나를 고른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어렵네요.Q. 그렇다면 교수 생활 중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초창기 때 연구비를 따기 힘들어서 상당히 애를 먹은 적이 있어요. 개인이 단독으로 하는 창의사업이라는 큰 연구과제가 있는데, 교수 초기 시절에 그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한번에 선정되지 못해 마음 고생을 많이 했죠. 그 당시만 하더라도 창의사업라는 과제를 하려면 다른 다른 과제를 다 정리했어야 했는데, 창의사업과제가 한 번에 선정되지 못하는 바람에, 연구실 운영에 찬바람이 많이 불던 그런 시절이 있었죠. 그렇지만 다행히 운이 좋아서 결국 창의사업 과제를 하게 되었고, 그 후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어요.그러니까 교수 입장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비 규모가 일정 이상 되는 연구과제를 확보하는 것이 좋은 연구를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연구를 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같이 일할 열정적이면서도 우수한 학생들이에요. 하지만, 연구비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별로 없죠.
공학을 하는 교수로서, 연구비 측면에서 자연과학을 하는 교수들이 부러운 것이 있어요. 그 쪽 분야에는 IBS (Institute of Basic Science; 기초과학연구원) 라는 연구지원체계가 있는데, 아주 큰 연구비를 연구단에 지원하고 있어요. 큰 연구비가 확보되면 훨씬 더 연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라, 많이 부럽죠. IBS라는 것이 노벨상을 받을 학자를 키우자는 것인데, 공학 분야에는 노벨상은 없지만, 노벨상에 버금가는, 어쩌면 그 이상인 좋은 연구들이 나올 수 있지 않겠어요? 이런 점은 좀 개선되었으면 해요.
어쨌든 연구비가 없어서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래도 하고 싶은 연구가 있었고 과제를 꼭 따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운 좋게도 창의사업을 할 수 있었어요. 9년짜리 그 사업을 통해서 하고 싶은 연구를 잘 할 수 있었고또 국제 교류 활동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는데, 그 결과 국제적으로 저의 연구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해요.
석좌교수, 새로운 시작
Q. 그만큼 힘든 연구를 해오신 노력을 올해 9월, 석좌교수로 인정받으신 것 같습니다. 석좌교수로서 느낀 점 혹은 기대되는 점이 있으신가요?
제가 석좌교수가 된 것은 아마도 저의 연구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앞으로도 더욱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 더 노력할 생각이며 후학도 열심히 양성하려고 합니다. 아울러 그 동안 제가 연구활동을 해 오면서 쌓은 노하우를 우리 나라의 많은 연구자들에게도 공유해주고 싶어요. 그런 노하우을 잘 활용하여 많은 연구자들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으면, 좋은 연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노하우 공유를 통해, 저는 보다 많은 한국 연구자들이 더 빠른 시간에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자료를 영상으로 만들어 보려고 해요. 예를 들면 대학원생들이 어떻게 연구를 해야 되는지, 연구에 임하는 자세, 논문을 쓰는 방법이나 발표하는 방법 같은 걸요. 그 외 교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도 꽤 있어요. 이런 것들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래요.Q. 그럼 기계공학과에 들어오는 대학원생들 혹은 학부생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대표적인 예로 어떤 사람들이 열역학의 에너지 보존 법칙에 벗어나는 것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죠. 이들은 생각은 많이 했지만, 아는 게 없어요. 그러니 헛된 망상을 하게 되고 인생을 낭비할 수 있는 거죠.
반대로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와 미팅을 하면서 교수가 시키는 일만 한다면, 지도교수 세계에 갇혀서 학문을 발전시키지 못해요. 교수가 아는 건 이미 알려진 지식이지 새로운 걸 얘기하는 건 아니지 않겠어요? 그래서 학생이 스스로 생각을 해야 돼요. 그런데 시키는 데까지만 하면 말 그대로 '망'인거죠. 좋은 연구가 나올 수 없어요. 그다음에 대학원생이 생각은 많이 해서 아이디어는 많은데, 공부도 안 하고 논문을 안 보면서 지도교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위태로워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수가 해보라고 했을 때 안되는 걸 증명하고 그다음에 본인 스스로 생각해서 뭘 할지를 고민하는 거예요. 대부분의 교수님들의 말이 상당히 맞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하죠. 새로운 연구란, 지도교수도 모르는 것이 새로운 연구이니까요. 석사, 특히 박사과정 학생은 교수가 모르는 것을 밝혀내고 창조해내야만 그 박사학위가 진정한 자신의 박사학위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바르게 배우고 바르게 생각하는 것이 모든 연구자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도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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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서원: https://m.cyberseodang.or.kr/search/todaygu_view.asp?idx=276
해당 인터뷰는 기계공학부 기자단이 2021년 9월 24일 진행하였습니다.
MEch-SSENGER 정구엽, 이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