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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온도 따라 '움직이는 직물' 개발… 모터 없는 로봇 나올 수도
온도 따라 '움직이는 직물' 개발… 모터 없는 로봇 나올 수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발표
뜨개질 원리 이용해 만들어
따듯한 봄기운을 받았는지 하얀 백합이 활짝 꽃잎을 펼쳤다. 수선화도 칼라꽃도 앞다퉈 꽃을 피웠다. 자세히 보니 실제 꽃이 아니라 실로 짠 조화(造花)이다. 국내 연구진이 뜨개질 원리를 이용해 전류나 열을 받으면 원하는 대로 모양이 변하는 직물(織物) 기술을 개발했다. 앞으로 모터 없이 로봇을 움직이거나 공기 흐름에 맞게 자동차 외형을 바꾸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안성훈 교수는 5일 "온도에 따라 원하는 모양으로 바꿀 수 있는 '움직이는 직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 4일 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제1 저자는 박사과정 한민우 연구원이다.
▲ 움직이는 직물로 만든 백합. 전류를 받은 꽃잎은 실 안쪽의 형상기억합금이 움직이면서 벌어진다.
숫자가 적힌 꽃잎 도형은 전류 공급 순서를 보여준다. 노란색은 전류 차단, 주황색은 전류 공급을 뜻한다.
/서울대
연구진은 형상 기억 합금을 섬유로 감싼 다음 털실처럼 뜨개질하듯 직물을 만들었다. 형상 기억 합금은 온도가 높아지면 5~6% 수축하는 성질이 있는 금속이다. 낮은 온도에서는 쉽게 늘어나 원하는 모양을 만들기 쉽다.
안 교수는 "뜨개질 기법으로 형상 기억 합금 직물의 형태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온도가 높아질 때 휘는 방향과 형태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꽃잎 가운데를 이루는 형상 기억 합금 직물은 온도를 받으면 바깥쪽으로 구부러지게 하고 꽃잎 끝은 안으로 말리게 배치하는 식이다.
또 특정 꽃잎에만 전류를 흘리거나 헤어드라이어로 열을 주면 그쪽만 모양이 달라진다. 꽃잎이 펼쳐지는 순서도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형상 기억 합금 직물이 모터 없이도 움직인다고 해서 '직물 액추에이터(구동기)'라 불렀다. 안성훈 교수는 "물고기 로봇에 적용하면 모터 없이 지느러미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며 "자동차 외형을 공기 흐름에 맞게 마음대로 변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번 벌어진 꽃잎을 닫을 수도 있을까. 안 교수는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똑같은 모양이지만 정반대 방향 직물을 이용해 형태를 원래대로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도 곧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조선비즈=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6/201704060002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