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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무너진 네팔 산골마을, 서울대 네팔 유학생이 불 밝혔다
한 달간 지진피해 지역에 전기설비 설치하고 온 퍼우델씨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한국에서 4kw면 다리미 7∼8개를 쓸 수 있는 전력이지만 네팔에서는 80가구의 불을 켤 수 있는 전력이에요. 한국에선 작은 도움이 네팔에서는 큰 힘입니다."
23일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석사과정을 밟는 네팔인 유학생 퍼우델 시워라즈(27)씨는 6월 15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네팔 누와콧의 타나퍼티 마을에서 벌인 봉사활동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타나퍼티 마을은 네팔에서 극심한 지진 피해가 발생한 지역 중 한 곳이다.
지진 탓에 90%에 가까운 집들이 무너졌고,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양철 지붕으로 된 하우스 안에 텐트를 치고 지내고 있다.
퍼우델씨는 "우리가 그곳에 가기 전까지 마을 사람들은 전기 설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불도 없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고국에 가게 된 것은 네팔 카트만두 대학이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단장 안상훈 교수)에 지원 요청을 하게 되면서다. 불도 못 켜고 지내던 마을 사람들에게 절실한 것은 최소한의 전기였다.
[태양광 패널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
이 소식을 들은 기계항공공학부 안성훈 교수는 마침 자신의 지도학생이자 네팔 출신인 퍼우델씨를 공헌단 대표로 추천했다.
그는 카트만두에서 남쪽으로 차를 타고 5시간 정도 달리면 나오는 조그만 마을 출신으로 2013년 가을 서울대로 유학 왔다.
퍼우델씨는 글로벌사회공헌단이 5월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금한 네팔 지진피해 성금 중 600여만원을 들고 현지로 날아가 카트만두 공대, 현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회사와 함께 전기 설비 공사를 벌였다.
이들은 마을에 태양광 패널과 소수력 발전기를 설치했다. 하루에 태양광 패널에서는 3kw, 소수력 발전기에선 1kw의 전기가 생산된다.
이 모든 과정에는 어린 꼬마부터 할아버지까지 마을 사람들이 함께했다.
주민들은 벼농사 철임에도 농사일이 끝나면 밤에 와서 돌과 모래를 운반하고 시멘트를 발랐다. 새벽에도 일 나가기 전에 공사장에 나와 작업 준비를 도왔다.
퍼우델씨는 "마을 사람들은 지진 이후 휴대전화도 제대로 충전하지 못하고 지냈는데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매우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계속되는 여진은 바쁜 일손을 붙잡았다.
그는 "하루는 무너진 학교 바닥에 침낭을 놓고 자는데 강도 4.7의 여진이 나 깜짝 놀랐다"며 "그래도 한국에서는 뉴스를 통해서만 지진 피해로 고생하는 고국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직접 내가 도울 수 있어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퍼우델씨는 이번 겨울에도 공헌단과 함께 이 마을을 둘러보고 복구 작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진 직후 서울대병원은 네팔 카트만두 대학에 1억원 상당의 긴급 의약품과 의료기자재를 지원했고 글로벌사회공헌단과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는 정수 필터 600개를 지원했다.
srcha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7/23 06: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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