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뉴스
[조선일보]조규진 교수, '온몸 마비 歌手'도 노래하게 한 따뜻한 기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12-26
조회
1810
[횡격막·복근 못 움직이는 김혁건씨, 서울대 공대의 '腹壓' 조절장치로 희망 얻어]
교통사고로 척수 신경 손상… 낮은 목소리로 대화만 가능
서울대 공대 학생들이 나서 무상으로 '복부벨트' 만들어줘
김씨의 첫 노래는 '애국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가수가 애국가를 불렀다. 듣는 사람들의 목이 메었다. 가수는 다시 노래를 못 부를 줄 알았다. 교통사고로 경추(목뼈) 척수 신경이 손상되어 사지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더 크로스'라는 남성 그룹으로 활동하며 '돈 크라이(Don't Cry·울지 마세요)'라는 노래를 히트시킨 가수 김혁건(33)씨 얘기다.
사지가 마비되면 신경 마비로 횡격막과 복근, 갈비뼈 근육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노래를 부를 수가 없다. 낮은 목소리의 대화만 가능하다. 노래를 부르려면 횡격막을 강하게 움직이고 배 근육을 수축해 복압을 올려서 숨을 강하게 내쉬고 빼야 하나, 김씨는 그럴 수 없었다.
가수가 애국가를 불렀다. 듣는 사람들의 목이 메었다. 가수는 다시 노래를 못 부를 줄 알았다. 교통사고로 경추(목뼈) 척수 신경이 손상되어 사지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더 크로스'라는 남성 그룹으로 활동하며 '돈 크라이(Don't Cry·울지 마세요)'라는 노래를 히트시킨 가수 김혁건(33)씨 얘기다.
사지가 마비되면 신경 마비로 횡격막과 복근, 갈비뼈 근육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노래를 부를 수가 없다. 낮은 목소리의 대화만 가능하다. 노래를 부르려면 횡격막을 강하게 움직이고 배 근육을 수축해 복압을 올려서 숨을 강하게 내쉬고 빼야 하나, 김씨는 그럴 수 없었다.
서울대 공대생들이 교통사고로 사지마비가 되어 노래를 부를 수 없었던 가수 김혁건(왼쪽에서 셋째)씨를 위해 복압을 조절하는 장치를 만들어 그가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했다. 이런 맞춤형 장애인 보조기구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 멤버들이 지난 16일 제작 발표회를 갖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혁건씨가 부른 애국가 동영상은 조선닷컴(www.chosun.com)에서 볼 수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김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해 3월 말 밤 11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불법 유턴하던 차량과 충돌했다. 경추 3·4·5번 손상으로 척수 손상을 받았다. 생명은 건졌으나 한 달간 거의 식물인간 상태로 지냈다. 겨우 회복돼 휠체어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사지마비 환자가 됐다. 어깨의 이두박근만 조금 쓸 수 있는 상태로, 팔을 살짝 올리고 앞으로 밀었다가 당기는 정도만 가능하다. 낙하산을 타던 특전사 출신인 그는 다시 걸을 수 없다는 좌절감에 빠졌다. 그를 더욱 절망에 빠뜨린 것은 어린 시절부터 생활의 전부였던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우울증에 빠져 주변 사람들에게 죽여달라고 말하곤 했다.
김씨에게 가수로서의 희망을 되살려준 사람들은 서울대 공대 기계항공공학부 학생들이다. 김씨는 지난 9월 국립재활원을 통해 서울대 공대 조규진 교수가 주관하는 일대일 맞춤형 장애인 보조기구 개발 프로그램(CATCH)을 접했다. 이는 장애인 한 명과 공대생 4~5명이 한 팀을 이뤄,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보조기구를 무상으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김씨와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에 만나서 머리를 맞대고 토론했다. 김씨의 배를 누군가 손으로 눌러주면 복압이 올라가 노래 한 소절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복부를 압박하는 벨트를 만들어 김씨가 스스로 강도를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장비를 만들기로 했다. 학생들은 김씨가 노래 부르기에 적당한 복부 압력을 수없이 측정했고, 이를 위해 그는 애국가를 수백번 불렀다.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장비를 개선하면, 김씨가 사용해보고 문제점을 찾는 실험이 매주 반복됐다. 12월 초순 마침내 배를 압박하는 벨트를 김씨가 차고, 전선으로 연결된 조종기를 김씨가 팔로 밀거나 당기면 복부 벨트가 조였다 풀렸다 하면서 복압을 조절하는 장치가 완성됐다. 제작 비용은 모터 값 200만원과 학생들의 땀이었다.
지난 16일 김씨는 교통사고 후 처음으로 서울대 공대 연구소에서 개발자인 공대생들 앞에서 애국가 1절을 혼자 힘으로 끝까지 불렀다. 3개월 만에 이뤄낸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는 "애국가를 부르면 다른 노래도 부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았다"며 "좀 더 연습을 해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하는 많은 사지마비 장애인들 앞에서 '돈 크라이(Don't cry)'를 불러 보겠다"고 말했다.
조규진 교수는 "복압 조절 장치는 사지마비 환자들이 흔히 겪는 저혈압도 예방할 수 있다"며 "개인 맞춤형 보조기구 개발 프로그램은 장애인이 아이디어 제공 멘토로 참여하기 때문에 자부심도 느끼고, 학생들은 제품화 경험과 특허도 얻을 수 있는 '윈-윈(win-win)' 작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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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2/25/201312250010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