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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조규진 교수, 연구는 '성격'으로 합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1-08
조회
2011




연구는 ‘성격’으로 합니다


폭설이 내리던 12월 5일, 과학동아 애독자인 박정우(인천국제고 1학년), 김두영(서울 영신여고 2학년), 홍영일(광주 문성고 3학년)학생과 함께 서울대를 찾았다. 벼룩로봇, 파리지옥로봇 등 생체모사 로봇으로 유명한 조규진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와 만나는 ‘서울대 공대 카페’의 첫 모임이었다. 학생들은 학창시절부터 연구내용까지 다양한 질문을 했고, 조 교수는 정해진 시간을 넘겨가며 솔직하고 친절하게 답해줬다. 학생들에게 즐거운 경험 쌓기를 강조한 조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박정우_파리나 벼룩로봇같은 융합연구를 많이 하시는데 계기가 무엇인가요?
▶ 사실, 처음부터 ‘생체모사 로봇 연구를 해야지’ 한 건 아니었어요.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포닥(박사후 과정)을 하다 보니 여러 경험이 쌓여서 지금의 연구를 하게 된 거예요.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에서 초소형 파리 로봇을 만드는 연구실에 갔어요. 파리 로봇 자체를 만드는 것보다 거기에 들어가는 요소기술이 재밌었어요. 기존 로봇은 모터, 기어, 링키지(연결 구조)로 움직임을 만듭니다. 그런데 파리를 모사해서 새로운 생산방식, 새로운 개념으로 로봇을 만드는 거예요. 우리 연구실(바이오로보틱스 연구실)에서 만든 벼룩 로봇도 벼룩을 모사한 로봇이 목적은 아닙니다. 같은 학과 교수님이 물 위에서의 도약을 연구하셨는데 함께 연구를 하다가 도약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러다가 벼룩의 도약 원리를 접목한 겁니다. 모터와 기어 등을 써서는 물 위에 뜰 수 있는 가벼운 로봇을 만들 수 없었거든요. 벼룩은 완전히 다른 원리죠. 근육이 다리를 접는 방향으로 다리를 당기고 있다가, 이 근육을 다른 근육이 잡아당기면 순간 돌림힘(토크)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다리가 쫙 펼쳐지죠. 이 원리를 로봇에 적용했어요. 그랬더니 로봇 크기의 30배 높이까지 뛰었죠. 이렇게 만드는 데 3년 정도 걸렸어요.
융합이 많이 필요한 분야는 재밌긴 하지만 힘들죠. 그냥 섞는다고 융합이 되는 건 아니에요. 자기 나름의 강점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것을 적용해야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는 겁니다. 저도 그냥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리를 공학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나름의 방식이 있기 때문에 융합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김두영_학창시절에 어떤 과목을 좋아하셨어요? 혹시 슬럼프가 있으셨나요?
▶ 물리를 좋아했어요. 기계공학을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물리를 좋아하죠. 저는 그 중에서도 역학을 좋아했고요. 물리는 고등학교 때 은사님이 잘 가르쳐주신 덕분에 더 흥미를 느끼기도 했어요.국어는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그래서 이과에 왔는데, 나중에 보니 국어를 정말 잘해야 하더군요. 이과생이라고 단순히 문제만 풀어서 되는 게 아니에요. 논리가 굉장히 중요해요. 논리성은 사실 글쓰기에서 시작되거든요. 연구를 할 때는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야 하죠. 그게 어려워요. 좋은 문제를 잘 만들려면 논리적으로 말이 되게 해야 합니다. 논문도 써야 하고요. 슬럼프도 국어 때문에 겪었죠. 고등학교 때 국어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거예요. 공부 안 된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그런 슬럼프는 아니었지만 괴로웠죠. 국어 문제집은 있는 대로 다 풀었어요. 단기간에 극복되지는 않더군요. 노력을 많이 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성적이 좋았는데, 2학년 때 조금 떨어졌어요. 1학년 담임선생님께서는 저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으셨는데, 2학년 담임선생님은 기대를 하셔서 부담이 됐죠. 그래서 오히려 공부를 더 많이 했는데, 잘 안 되더군요.


홍영일_요즘 학생들에게 가장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순수함이요. 요즘 입시제도 때문인지 몰라도 스펙을 너무 따져서 무슨 대학에 가려면 뭘 해야 한다는데 그런 분위기에 물들지 않았으면 해요. 뭔가 재밌는 게 있으면 누가 뭐래도, 이익이 될지 따지지 말고 해보는 그런 순수함이 있었으면 해요.
작은 것에서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는 연구는 ‘성격’으로 한다고 얘기해요. 남들이 저에게 흥분 잘한다고 해요. 뭔가를 보면 ‘우와! 신기하네. 재밌다’ 하고 흥분하거든요. 그런 자세가 중요해요. MIT에 갔을 때 교수님들이 뭔가 이상한 연구를 하고 학생들은 움직이는 침대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뭐 저런 걸 할까 싶었죠. 그러다가 ‘학교니까 이런 연구를 해야 하는 거구나’ 느꼈어요. 어떤 기능의 로봇을 만들겠다는 건 회사에서 하는 것이고, 연구는 재밌는 것을 해보는 자유로움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 것을 끈기 있게 하다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이슈가 나오는 거예요.
면접을 해보면, 로켓을 쏘겠다거나 로봇을 만들겠다는 학생들이 요즘 많아요. 물론 꿈을 갖는 것도 좋지만, 너무 크고 멋진 비전에 대해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옛날부터 벼룩 로봇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어서 지금 이런 연구를 하는 게 아니에요. 여러 경험이 쌓여서 여기에 온 거죠. 대부분 교수님들이 그럴 거예
요. 경험을 많이 하세요. 장난 같아 보여도 틀에 박힌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세요. 말도 안 되는 것을 해보고 고민해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