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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최해천 교수, `거북등 골프공`이 퍼팅오차 해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8-30
조회
1910
(기사내용)# 두 번째 샷으로 사뿐하게 그린에 올린 골프공이 홀에서 2m 거리에 붙는다. 버디를 머릿속에 그리며 회심의 퍼팅을 한다. 하지만 공은 홀을 살짝 비켜간다. 많은 주말골퍼가 겪는 결정적 실수다. `왜 나는 안 되나`라며 스스로 괴로워하겠지만 자신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공 자체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골프공이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비결은 울퉁불퉁한 `딤플(홈)` 덕이다. 하지만 딤플은 퍼팅 정확도를 해치는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골프공에는 딤플이 수백 개 있으며 평평한 면은 전체 표면적 중 약 28%를 차지한다. 퍼터로 공을 때릴 때 평평한 면보다 딤플 모서리(테두리)를 때릴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이는 곧 퍼팅 정확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최해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골프공이 딤플 모서리에 맞으면 보통 1~3도(평균 2도) 정도 각도가 빗나갈 수 있다"며 "각도 차이는 골프공이 목표 지점과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게 하고 퍼팅 거리가 길수록 오차는 커진다"고 말했다.

만약 2m 거리에서 퍼팅했을 때 2도 빗나가면 목표 지점과 6.8㎝, 3도 빗나가면 10.4㎝나 차이가 발생한다. 홀 지름이 10.8㎝이므로 골퍼가 홀 중앙을 향해 퍼팅했을 때 홀 한 개 정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퍼팅 거리가 5m라면 2도만 각도 차이가 발생해도 공은 홀 중앙에서 17㎝나 비켜가게 된다.

최 교수는 딤플로 늘어난 비거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퍼팅 정확도까지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바다거북 등딱지에서 찾아냈다.

200㎏이나 되는 바다거북이 물 속에서 속도를 낼 수 있는 비결은 물과 마찰을 줄이는 등딱지 무늬 덕이다. 최 교수는 골프공에 딤플 대신 바다거북 등딱지와 유사한 홈을 새겨 넣었다. 평평한 면적을 늘려 퍼팅 때 각도 차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이를 통해 최 교수팀은 기존 골프공과 거의 비슷한 비거리를 내면서 매끄러운 면이 전체 중 약 50%가 되는 차세대 골프공을 최근 개발했다. 골프공 이름은 `터틀볼`. 특히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거리 문제를 해결했다.

최 교수는 "2007년부터 개발을 시작했는데 기존 골프공에 비해 거리가 80%밖에 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실험을 거듭한 끝에 이를 95%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드라이버로 공을 쳤을 때 10m 정도 거리 차이는 재질을 어떤 것을 쓰느냐로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팀은 골퍼들이 애용하는 `타이틀리스트 프로브이 1`과 비교한 실험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 골프공 제조업체인 볼빅의 류희택 상무는 "(치는 사람이 동일하다면)골프공 재질이나 압축 강도에 따라 10~20m 정도 거리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최 교수가 `터틀볼` 개발에 나선 것은 난류(소용돌이) 연구에서 비롯됐다.

그는 딤플이 난류를 만들어 항력을 줄이는 원리를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보통 무늬가 없는 골프공 비거리(드라이버샷)는 100m 정도지만 딤플이 있는 골프공은 두 배가 넘는 230m 정도다.

17세기 초반까지는 나무를 깎아 골프공을 만들었는데 표면이 매끈했다. 우연히 표면에 상처가 많은 공일수록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고 골프공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딤플이 생긴 배경이다.

날아가는 공은 물체를 반대 방향으로 끄는 항력을 받는다. 하지만 딤플이 있는 골프공은 울퉁불퉁한 홈이 난류(소용돌이)를 만들어 항력을 감소시키므로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최 교수는 "골프공 딤플 깊이와 넓이 등이 모두 난류 형성과 거리에 영향을 미친다"며 "하지만 어떤 패턴과 모양이 더 공을 멀리 날아가게 하는지 이론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그동안 연구실에서만 `터틀볼`을 디자인해왔지만 목표를 거의 달성한 만큼 골프공 업체와 상용화를 논의할 계획이다.

[심시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