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뉴스
[과학동아]안성훈 교수, 기술과 문화가 공존하는 신대륙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12-04
조회
2241
(본문내용)플라톤에 따르면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어딘가에 그 본질인 이데아가 존재한다. 이데아란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원초적인 진리의 세계다. 고유한 아우라를 지닌 예술 작품도 이데아에 가까운 존재감을 지닌다. 현대사회에서 이데아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바로 ‘창의성’과 직결된다. 창의성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나만의 개성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서울대 혁신설계 및 통합생산(Innovative Design and Integrated Manufacturing, 이하 IDIM) 연구실은 창의성이라는 이상적인 개념을 공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현실세계로 가져온 매우 실용적인 연구실이다.
연구실 입구에 들어가자 바퀴가 세 개인 자전거가 한 대 있다. 얼핏 보면 일반적인 삼륜 자전거 같지만 안장의 위치가 낮고 특수 설계된 페달이 달려 있다. 바로 장애인을 위해 누워서 탈 수 있도록 개발된 자전거다. 또 초소형 잠수함 모양의 마이크로 로봇은 혈관 속을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차세대 에너지원인 태양 전지는 나노입자적층시스템을 도입해 구부릴 수 있는 플렉시블 태양 전지로 거듭나고 있다.
큰 공통점이 없는 듯한 이 발명품들은 놀랍게도 모두 IDIM 연구실에서 개발됐거나 현재 개발 중인 성과들이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안성훈 교수가 이끌어가는 이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전공과 문화가 뒤섞여 사람에도, 기술에도 다채로운 개성이 드러난다.
바이오, 나노, 로봇 등 여러 우물 판다
‘혁신설계 및 통합생산’이라는 다소 낯선 타이틀도 자세히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의 연구 주제가 있다. 첫 번째 설계 부문에서는 무엇을 만들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설계를 꾀한다. 이때 겉모습만 화려한 디자인의 기능을 넘어서 제조 단계의 시간, 비용, 품질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 주제인 제조 고려 설계의 방법론이다. 다음으로 이러한 설계를 바탕으로 제품을 제작할 때 무엇을 재료로 쓸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른다. 스마트 재료, 기능성 복합재료와 같은 첨단 소재를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세 번째 주제다. IDIM 연구실은 기본 주제들을 갖고 에너지, 바이오 메디컬, 정보기술, 마이크로나노 기술, 로봇의 다양한 분야에 활발히 응용하고 있다.
“우리 연구실은 한 우물만 깊게 파는 게 아니라, 다양하게 응용해 여러 개의 우물을 넓게 파는 형식입니다. 한 가지만 하면 지루할 수 있기에 좀 더 재미있는 연구를 지향합니다.”
‘사람’을 위한 기술 개발
‘제조 고려 설계’란 주제는 학부 수업에도 적용돼 2008년 서울대 공대 우수 강의로 꼽힐 정도로 열정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수업에서 학생들은 우선 기존에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기 위해 특허 조사부터 시작한다. 동시에 목적이 분명한 주제를 정해야 한다.
“ ‘제조 고려 설계’를 조금 더 확장하면 ‘Desi gn for X’라고도 불릴 수 있습니다. ‘X’에는 사람, 환경, 비용, 품질 등 어떠한 것이 들어가도 가능하죠. 학생들에게 ‘사람’을 위한 설계를 하라는 주제를 줬더니 시력이 안 좋은 친구,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위해 무언가 만들 만한 게 없을까 생각하더군요.”
학생들은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자전거, 무릎근력강화 재활 보조 기구, 입는 휴대전화와 같이 저마다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개발에 착수해 시제품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ID IM 연구실은 학생들에게 특수 장비를 지원해 실습 경험을 충분히 제공했으며, 그 결과 지난 1학기에는 10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무언가 새롭고 쓸 만한 것을 만들자는 안 교수의 교육관이 통한 셈이다.
바이오 메디컬 분야가 수업에서 큰 성과를 냈다면, 로봇 분야에서도 아이디어가 계속 쏟아지고 있다. 최근 스마트 재료를 연구하며 전기가 통하거나 자유롭게 변형되는 재료들로 로봇을 만드는 과제를 진행 중이다.
“유동적인 신소재로 만드는 초소형 로봇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체내의 막힌 혈관을 뚫는다든지, 재난 현장에서 구조하는 데 필요한 벌레 로봇들이죠. 또한 당뇨약이나 항암제가 인체에 지속적으로 흡수되도록 쾌속 조형을 통해 몸에 약물을 심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모두 새로운 응용이라 신기하게만 느껴질 겁니다.”
아무도 개발하지 않은 새로운 기술. 그것을 찾는 일이 IDIM 연구실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자, 동시에 가장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자신의 연구 분야는 스스로 찾아야 하고, 그것을 연구해가는 과정 또한 스스로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식보다는 소통, 유연한 사고 강조
‘실현 가능한 창의성’을 주장하는 안성훈 교수는 미국 미시건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석학이다. 2003년부터 서울대에 재직하며 2005년 제조 고려 설계에 대한 논문으로 대한기계학회에서 백암논문상을, 2007년에는 마이크로 가공 분야에 대한 연구로 한국정밀공학회에서 학술상을 수상하며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인 편의를 위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청소년에게 ‘재미있는 공학’을 홍보하는 캠프에 참여하며 외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전문적인 기술력뿐 아니라 타 분야에 대해 열린 자세를 지닌 안 교수의 장점은 곧 연구실의 강점. 안 교수의 진두지휘 아래 약 20여명의 석박사 연구원들 또한 다수의 특허를 출원하고 국제적인 논문상을 수상하며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들의 전공은 기계공학, 의공학, 화학으로 매우 다양하다. 국적도 다양해서 중국인, 네팔인, 파키스탄인, 인도인, 멕시코인, 연변 조선족 출신까지 있다. 연구원들은 처음에는 전공지식과 타 전공에 대한 약간의 흥미를 갖고 왔다가 함께 활동하며 점차 영역을 넓혀간다.
“우리 연구실의 특징은 무지개색을 띠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는 장이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폭넓은 주제와 생각을 나누며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유머, 독후감, 세미나 방문기와 같은 내용도 공유함으로써 인문사회적인 균형을 이룬 리더십을 갖추려고 하죠.”
IDIM 연구실은 기술력을 넘어서 21세기 전 분야에서 요구되는 문화적인 다양성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소통의 장을 지향한다. 아무리 좋은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소통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 IDIM 연구실과 같은 국제적인 환경에서 영어 실력을 포함한 의사소통 능력은 필수다.
“우리 연구실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협력과 소통입니다. 어쩌면 지식은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일 수 있어요. 무엇이든 소통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러한 마인드가 있을 때 창의적인 사고도 가능한 것이죠.”
연구실 입구에 들어가자 바퀴가 세 개인 자전거가 한 대 있다. 얼핏 보면 일반적인 삼륜 자전거 같지만 안장의 위치가 낮고 특수 설계된 페달이 달려 있다. 바로 장애인을 위해 누워서 탈 수 있도록 개발된 자전거다. 또 초소형 잠수함 모양의 마이크로 로봇은 혈관 속을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차세대 에너지원인 태양 전지는 나노입자적층시스템을 도입해 구부릴 수 있는 플렉시블 태양 전지로 거듭나고 있다.
큰 공통점이 없는 듯한 이 발명품들은 놀랍게도 모두 IDIM 연구실에서 개발됐거나 현재 개발 중인 성과들이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안성훈 교수가 이끌어가는 이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전공과 문화가 뒤섞여 사람에도, 기술에도 다채로운 개성이 드러난다.
바이오, 나노, 로봇 등 여러 우물 판다
‘혁신설계 및 통합생산’이라는 다소 낯선 타이틀도 자세히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의 연구 주제가 있다. 첫 번째 설계 부문에서는 무엇을 만들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설계를 꾀한다. 이때 겉모습만 화려한 디자인의 기능을 넘어서 제조 단계의 시간, 비용, 품질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 주제인 제조 고려 설계의 방법론이다. 다음으로 이러한 설계를 바탕으로 제품을 제작할 때 무엇을 재료로 쓸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른다. 스마트 재료, 기능성 복합재료와 같은 첨단 소재를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세 번째 주제다. IDIM 연구실은 기본 주제들을 갖고 에너지, 바이오 메디컬, 정보기술, 마이크로나노 기술, 로봇의 다양한 분야에 활발히 응용하고 있다.
“우리 연구실은 한 우물만 깊게 파는 게 아니라, 다양하게 응용해 여러 개의 우물을 넓게 파는 형식입니다. 한 가지만 하면 지루할 수 있기에 좀 더 재미있는 연구를 지향합니다.”
‘사람’을 위한 기술 개발
‘제조 고려 설계’란 주제는 학부 수업에도 적용돼 2008년 서울대 공대 우수 강의로 꼽힐 정도로 열정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수업에서 학생들은 우선 기존에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기 위해 특허 조사부터 시작한다. 동시에 목적이 분명한 주제를 정해야 한다.
“ ‘제조 고려 설계’를 조금 더 확장하면 ‘Desi gn for X’라고도 불릴 수 있습니다. ‘X’에는 사람, 환경, 비용, 품질 등 어떠한 것이 들어가도 가능하죠. 학생들에게 ‘사람’을 위한 설계를 하라는 주제를 줬더니 시력이 안 좋은 친구,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위해 무언가 만들 만한 게 없을까 생각하더군요.”
학생들은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자전거, 무릎근력강화 재활 보조 기구, 입는 휴대전화와 같이 저마다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개발에 착수해 시제품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ID IM 연구실은 학생들에게 특수 장비를 지원해 실습 경험을 충분히 제공했으며, 그 결과 지난 1학기에는 10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무언가 새롭고 쓸 만한 것을 만들자는 안 교수의 교육관이 통한 셈이다.
바이오 메디컬 분야가 수업에서 큰 성과를 냈다면, 로봇 분야에서도 아이디어가 계속 쏟아지고 있다. 최근 스마트 재료를 연구하며 전기가 통하거나 자유롭게 변형되는 재료들로 로봇을 만드는 과제를 진행 중이다.
“유동적인 신소재로 만드는 초소형 로봇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체내의 막힌 혈관을 뚫는다든지, 재난 현장에서 구조하는 데 필요한 벌레 로봇들이죠. 또한 당뇨약이나 항암제가 인체에 지속적으로 흡수되도록 쾌속 조형을 통해 몸에 약물을 심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모두 새로운 응용이라 신기하게만 느껴질 겁니다.”
아무도 개발하지 않은 새로운 기술. 그것을 찾는 일이 IDIM 연구실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자, 동시에 가장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자신의 연구 분야는 스스로 찾아야 하고, 그것을 연구해가는 과정 또한 스스로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식보다는 소통, 유연한 사고 강조
‘실현 가능한 창의성’을 주장하는 안성훈 교수는 미국 미시건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석학이다. 2003년부터 서울대에 재직하며 2005년 제조 고려 설계에 대한 논문으로 대한기계학회에서 백암논문상을, 2007년에는 마이크로 가공 분야에 대한 연구로 한국정밀공학회에서 학술상을 수상하며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인 편의를 위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청소년에게 ‘재미있는 공학’을 홍보하는 캠프에 참여하며 외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전문적인 기술력뿐 아니라 타 분야에 대해 열린 자세를 지닌 안 교수의 장점은 곧 연구실의 강점. 안 교수의 진두지휘 아래 약 20여명의 석박사 연구원들 또한 다수의 특허를 출원하고 국제적인 논문상을 수상하며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들의 전공은 기계공학, 의공학, 화학으로 매우 다양하다. 국적도 다양해서 중국인, 네팔인, 파키스탄인, 인도인, 멕시코인, 연변 조선족 출신까지 있다. 연구원들은 처음에는 전공지식과 타 전공에 대한 약간의 흥미를 갖고 왔다가 함께 활동하며 점차 영역을 넓혀간다.
“우리 연구실의 특징은 무지개색을 띠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는 장이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폭넓은 주제와 생각을 나누며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유머, 독후감, 세미나 방문기와 같은 내용도 공유함으로써 인문사회적인 균형을 이룬 리더십을 갖추려고 하죠.”
IDIM 연구실은 기술력을 넘어서 21세기 전 분야에서 요구되는 문화적인 다양성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소통의 장을 지향한다. 아무리 좋은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소통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 IDIM 연구실과 같은 국제적인 환경에서 영어 실력을 포함한 의사소통 능력은 필수다.
“우리 연구실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협력과 소통입니다. 어쩌면 지식은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일 수 있어요. 무엇이든 소통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러한 마인드가 있을 때 창의적인 사고도 가능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