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뉴스

[헤럴드경제] 머리맞댄 연구… 3년새 특허40건''결실''

작성자
김현정
작성일
2006-02-28
조회
3200
원문보기 :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6/02/24/200602240172.asp





서울大''현대ㆍ기아 차세대자동차 연구관''

엄두 못낼 최신 고가장비 제공… 실험열기 불지펴

그룹ㆍ협력업체 연구원 재교육으로 경쟁력도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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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11시. 낙성대와 서울대 후문을 거쳐 차로 3분 거리, 이공계 연구동들이 모여있는 언덕(속칭 고바위) 초입에 5층짜리 ''현대ㆍ기아자동차 차세대 자동차 연구관''이 머리를 디밀고 서 있다.
이곳은 현대ㆍ기아차가 2004년 135억원을 투자해 서울대 캠퍼스 내에 건립한 산학협력연구센터다.
1층 중앙홀을 따라 지하로 내려서자, 누드로 벗겨진 차체와 실험용 완성차들이 여기저기 연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섰다.



''소음 진동(NVHㆍNoise Vibration Harshness)실험실''이다. 강연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이곳에서 박사 5명, 석사 8명과 함께 자동차의 소음 진동에 관한 연구를 한다.



항온 방습장치가 갖춰진 벽면만 8억원, 내부시설 가운데 하나인 섀시동력계도 8억원짜리다. 대학 재원으론 감당하기 힘든 ''호사스런'' 설비들이 실험실 곳곳에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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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예전에는 산학협력을 해도 건물 하나 달랑 지어주는 게 고작이었는데, 자동차연구관은 최신 연구시설 지원이 꾸준히 이뤄져 연구 실습에 큰 도움이 된다"며 "연구 성과를 수시로 남양연구소에서 발표하거나 프로젝트를 통해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실질적인 협력 관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연구관에는 NVH실험실 같은 랩이 모두 8개가 있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빼곡이 들어선 방들이 모두 연구실이다.

4층은 전국 각지에서 응모, 선발된 현대ㆍ기아차 연구장학생들의 공부방. 연구장학생제도는 현대ㆍ기아차가 매년 150명 이상의 우수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을 선발, 2년 과정의 이론ㆍ실무교육을 거쳐, 연구원으로 채용하는 맞춤형 인재육성 프로그램이다. 초창기 2.5대1이던 선발 경쟁률이 지난해엔 5대1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이날도 30여명의 장학생이 전산강의장에 모여 ''카티아(CATIAㆍ자동차설계 관련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 버전 5'' 최신 강좌를 듣고 있었다. 옆방 자동차제작셀에는 장학생들이 직접 만든 컨셉트카들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아토스를 변형 개조한 ''제니스(Zenith)''는 연구생 12명의 공동작품. 슬라이딩 도어를 장착해 세련되고 안락한 도시형 스포츠카를 추구한다는 설명글이 눈에 띈다.



5층 세미나실에선 50개 대학 226명으로 구성된 교수협의체 멤버 중 시스템그룹의 ''수소ㆍ연료전지차량 포럼 1차 회의''가 1시간 30분째 진행 중. 한눈에 둘러봐도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2200여평 연구관 전체가 쉴 틈 없이 분주한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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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호 연구센터장(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은 "연구관으로 협력 창구가 일원화된 이후 학내 연구가 더욱 활발해졌다"며 "미래형 자동차인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 NVH, 동력시스템 등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 검토작업 중인 하이브리드 프로젝트와 함께 앞으로 연료전지센터를 별도로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또 "기계 전기전자 항공 재료 등 자동차 관련 학과의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공학 협동 과정''을 신설해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육과정은 정운찬 총장이 지난해 말 밝힌 ''자동차 전문 대학원''의 모태가 될 전망이다.



재학생들만 교육의 수혜를 받는 게 아니다. 현대차와 부품협력업체 연구원 3000여명은 올 한 해 동안 연구관에서 이론 재교육을 받는다. 기업 연구원들은 재교육을 통해 현장 체험만으로는 취득하기 힘든 최신 이론을 습득하게 된다.



단발성 지원이나 1회용 프로젝트가, 이처럼 장기 지속가능한 시스템 체제로 변화하면서 현대ㆍ기아차와 서울대 간의 협력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양측이 본격적으로 손잡은 이후, 연구관에서는 주로 장기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2~3년짜리 단기 프로젝트는 경쟁방식의 공모제를 채택, 운영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또 연구관 설비 지원 외에 연구 장학생과 교수 협의체 등 인적 인프라에만 연간 40억원을 쓴다.



현대ㆍ기아차의 산학협력 지원계열사인 엔지비의 차인규 이사는 "불과 3~4년 새 자동차 관련 특허 취득건수가 40건(국제특허 10건포함)이 넘고, 연구장학생 1기 138명과 2기 159명이 입사한 것은 기업과 대학의 협력이 효율적으로 바뀐 이후의 변화"라며 "연구관의 기본 운영은 대학에 일임하고, 엔지비는 같은 건물 내에 있으면서 필요한 지원에 주력하는 분업화를 이룬 것이 산학협력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박사과정 3년차이자 장학생 2기인 김규식 씨는 "연구관이 생기면서 거의 매일 실험설비들을 사용했다"며 "그동안 이론지식은 많았지만 기업과 관련된 체험이 많이 부족했는데 장학생이 된 이후에는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교육 덕분에 입사 후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m.com)